사람은 살아가다 보면 누구든지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또는 누군가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할 수도, 아니면 그렇게 보이는 (실제 의도나 행동은 그렇지 않았더라도) 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많은 분들이 법률적 조언을 구하게 되고, 통상 주위에 알고 있는 변호사 또는 요즘 많은 법률 플랫폼을 통해 변호사 상담을 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변호사와 통화한 내용이 녹음되거나(요즘은 많은 경우 자동 녹음 기능을 활용하기도 하는 거 같습니다) 자문서가 작성되어 교부되기도 합니다.
법률상담을 거쳐 필요한 경우 정식으로 변호인으로 선임하기도 하고, 상담에 그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렇듯 실제 '변호사와 의뢰인 또는 의뢰인이 되려는 자' 사이에 주고 받은 의사교환 및 법률상담 문서에 대해서는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의해 보호되어야 함이 마땅합니다. 그런데 종종 수사의지가 넘친 수사기관에서 이를 무시하고 변호사와 의뢰인 간에 주고 받은 대화나 문서를 압수하여 증거로 활용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합니다. 이 경우 과연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은 정당한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헌법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천명하고 있고, 형사소송법에서는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 비밀보호 범위에 관하여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112조). 그리고 최근에는 변호사법에 '변호사 의뢰인 비밀유지권(ACP, Attorney-Client Privilege)'이 명문화되기에 이르렀습니다(변호사법 제26조의2).
최근 대법원 판례들도 이러한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 보호를 강화하는 잇따른 판결을 내놓고 있습니다.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 법률상담을 통해 작성된 법률자문서 등을 압수한 것에 대해 위법수집증거라며 그 증거능력을 배제한 바 있고(대법원 2026. 2. 20. 선고 2024모730 결정),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범행을 자백하면서 상담한 통화녹음파일을 압수한 것에 대해 마찬가지로 위법수집증거라며 그 증거능력을 배제하기에 이르렀습니다(대법원 2026. 2. 26. 선고 2025도4422 판결).
특히, 위 2025도4422판결에 대해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해당 판결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등) 사건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성관계 몰카 사건이었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와 모텔에서 관계를 가질 때 그 장면을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피해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확인하였을 때 관련 동영상이 없었고, 추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였으나 마찬가지로 관련 동영상은 찾을 수 없었는데, 마침 피고인이 변호사와 해당 사건에 관해 상담을 하면서 '동영상 촬영 사실을 시인'하는 대화가 녹음된 파일이 있었고, 수사기관은 이를 임의제출 받으려 하였으나 피고인이 거부하자 제2차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를 압수하였으며, 추후 검사가 해당 변호사와 통화하여 그 내용을 확인 후 피고인을 몰카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중요한 점은 피고인이 법정에서 기존 입장을 번복,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하고 해당 통화녹음파일에 대한 증거로 사용함에 동의까지 하여 하급심에서는 모두 유죄가 선고되었으나, 대법원 결정은 이와 달랐습니다.
우선, 대법원은 최초 1차 압수수색 당시 압수된 물건으로 적시된 관련 성관계 동영상을 발견하지 못하였음에도 압수할 물건의 범위를 넘어선 위 대화녹음파일을 압수한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수사기관은 곧바로 압수수색영장을 받아 이를 적법하게 압수한 것도 아니라 수 개월간 보관하면서 피고인으로부터 임의제출을 시도하다가 안되니 그제서야 2차 압수수색영장으로 해당 녹음파일을 압수하였으나, 애초 위법한 상태가 그로 인해 치유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그 후 해당 파일을 근거로 검사가 해당 변호사로부터 청취한 내용, 그리고 피고인의 자백까지 모두 독수독과 이론에 따라 위법한 증거로부터 파생한 2차 증거들로 모두 위법수집증거가 되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위법한 압수수색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헌법상 보호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충분히 행사되기 위하여는 피의자나 피고인과 변호인(변호인이 되려는 자 포함) 사이의 접견 등을 통한 상담이 보장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 대해서도 완전한 비밀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비밀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누가 변호인에게 제대로 된 법률적 상담을 받고 조언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언제, 어디서나 수사기관이 그 내용을 압수하여 볼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면 쉽게 변호사에게 제대로 된 법률적 상담이나 조언을 구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가끔 본 변호사가 법률상담을 하다보면 상담내용에 비밀이 지켜지냐고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는 단호히 말씀드립니다. 제가 변호사로 당장 선임되지 않더라도 지금 저와 나눈 법률상담은 완벽한 비밀이 보장됩니다. 그러니 걱정말고 편하게 말씀하시라고요.
최근 잇따라 선고되는 대법원 판결들은 이러한 헌법상 보호되는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을 재확인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참 다행스러운 판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 의뢰인들께서는 마음 놓고 편히 변호사와 법률상담을 하시기 바랍니다. 변호사가 위법에 동조할 수는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법률적 범위내에서 의뢰인에게 최선이 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조력을 해 드리는 것은 변호인의 당연한 역할입니다. 상담이 필요하신 분들은 로톡 또는 아래 연락처로 편히 문의주시기 바랍니다.
사무실 : 02-523-3100
이메일 : wnsgj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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